저는 LG 디스플레이 친구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절친한 친구로
사고 전날에도 두 번이나 통화했던 20년차 공무원입니다.
장례를 마치고, 인터넷 뉴스와 댓글, 블라인드 커뮤니티 등 여러 글을 보며
지금에서야 내 친구의 그동안 회사 생활과 LG 디스플레이라는 조직에 대해
아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친구에게 미안하고 너무도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제 친구는 LG 디스플레이를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 평범한 일상도, 휴일도, 여름 휴가도, 각종 기념일도 못챙기며
야근을 밥먹듯이 했던 일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야근이냐?” “어. 요즘 바빠!”, “너가 언제는 안바쁘고 야근 안한적 있냐?” “그러게!!!”
우리의 전화 통화는 늘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납니다.
지난 몇 년간 가지 못한 저축된 휴가 일수가 100일이 넘는다고 했을 때,
저는 친구를 비난하였으며, 회사일이 바빠 친구를 명절 연휴 하루밖에 못 만나느냐고,
가족과 여행 한번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친구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 친구와 통화횟수를 보니 올해만 50여 회쯤 되더군요.
그런데 팀장이 된 이후 유난히 많은 통화 횟수와 그동안 듣지 못했던 “힘들다,” “어렵다,” “경력직
공무원은 어떠냐”며 물어봤을 때 저는 이렇게나 많이 힘들었는지 그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큰 아들인 제 친구는 3학년, 6학년 어린 아이가 둘이 있으며, 현재 무직인 아내, 사랑하는 부모님, 남겨진 직장 동료와 본인이 해야할 일들을 저버린 채 한 순간 자살을 결심할 책임감 없는 친구가 절대
아니며, 더구나 사고 전날 저와 두 번의 통화에서 바쁜거 끝나면 시간내어 오랜만에 함께 여행까지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날밤 과연 어떤일이 있었을까요? 아니 LG 디스플레이 회사내에서는 그동안 직원들에게 어떻게
일을 주고 관리 하였을까요?
제가 강력히 말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저는 제 친구가 자살한 거라 믿을 수 없습니다.
아직 유서도, 메시지 하나도 발견 된 증거가 없는 상태이며, 실족사인지 과로사인지,
타살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자살이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오게 만든 이유는 명백합니다.
그 이유는 LG 디스플레이 사장 및 간부들 일것입니다. 상사의 과중한 업무 지시, 인간적인 모욕 등
갑질행위, 부당한 지시, 복잡한 의사 결정과정, 자신의 능력을 200% 갈아 넣어도 조금도 쉴틈 없이
일을 내려주고 직원을 가족이 아닌 일과 성과만 중시하는 조직문화.
제 친구가 한 것이라고는 LG 디스플레이 들어갈 때부터 눈감는 날까지 일과 야근밖에 한것이 없으며,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한 채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 과연 LG 디스플레이 회사 쪽에서 책임성 있는 대책을 내 놓겠느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장례식에서조차 LG 디스플레이 직원들이 늘 대기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직원 장례에 신경 쓰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원들간 소근거림, 종종 알 수 없는 얘기들, 그들의 눈빛을 보며 신경써줌이 아닌 감시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이렇게 느껴 졌을까요?
공무원 20년차인 저는 최근 10년간 공직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야근을 많이 줄이고 있는 추세이며, 간부들이 솔선 수범하여 연가를 다녀옵니다. 직원들의 연가에는 이유를 묻지 않으며 팀장 전결사항입니다. 남은 연가보상비를 10일 이상 주지 않고, 시차
출근제, 육아휴직도 과거에 비해 눈치 보지 않고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산불근무나 축제 인원에
동원되면 기관장이 전직원 특별휴가를 주며, 직원 복지제도도 많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글을 보면 LG 디스플레이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대책위원회를 운영한다
하였는데 과연 이사분들이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며, 공무원 조직보다 경직된
이런 조직문화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요?
LG 및 LG 디스플레이 직원 여러분, 다른 대기업, 중소기업 여러분!
제 친구가 끝까지 일만하다가 허망하게도 48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단순 자살이 아닌 정당한 죽음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남은 가족들이 더 이상 불행 없이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 친구의 죽음이 비단 한 사람 만으로 끝나기를. 그리고 단단하게 굳어있는 경직된 LG 디스플레이 조직 문화가 서서히 유연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S 이글이 삭제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추가내용)
이글을 올린지 5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밤 12시20분입니다.
이 시간까지 많은분들이 시간내어 공감해 주시고 댓글과
좋아요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역시 잠이 오질 않습니다!
부디 저의 글로 인해 제 친구가 욕되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 이틀 지나서 사라져 버리는, 대기업의 권모술수로 그냥
묻힌 이야기로 끝나지 않기를 힘없는 친구가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을 알 수 있도록 공유해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출처.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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