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사혁신 안은
기업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점과
그것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중에서 하나가 승진제도이다
간단히 하면,
실력이 좋으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빠른 승진은 성공의 이정표였다
임금은 물론이거니와
아니,
임금보다는 명예에 더 무게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전통 호봉제에서
선배를 재끼고 승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에
나름 비슷한 라인에서의 경쟁에서만 이기면
승진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80년대생이 임원을 달았다
최초 80년생 여성임원
업계 최초 30대 임원 탄생
등의 타이틀이 간혹 보인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지내는 분도 있는데
고민이 이만저만은 아니다
이제는 승진을 빠르게 하면
만사가 ok가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임금 구조
면 직책과 함께 날라오는 노란봉투
충성했던 회사에서 한순간에 전락한 모습
그럼에도 이제야 초등학교에 진학한 자녀
한 회사에 오래 다닐 의향이 있다면
길게 다니다가
적절한 순간(40말 50초)이 되었을때
한번 노려본다
가 대세이라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내가 모시던
나의 첫 부장님이
상무를 달았던 그날
헹가래를 치며
미친듯이 취하게 마셨던
그날 밤은
아마도 나의 직장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중 하나였을 것이다.
갑자기 이 장면이 생각나네
"2023년 승격 지원 요건을 충족하셨으나, 승격 지원을 완료하지 않으신 임직원 대상 리마인드(다시 한번 알려주다) 드립니다."
#삼성전자 16년 차 직원 A씨는 최근 피플팀(인사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고민이 생겼다. 그는 올해 진급할 조건을 갖춘 상태다. 과거 통념으로 치면 3년 조기 진급이다. 빠르게 승진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지만, 늘어날 업무와 책임이 부담스럽다. 이번에 진급하면 관리자급인 CL4(옛 부장)로 올라가게 돼 업무 변동도 꽤 클 것만 같다. 직급이 높아지면 연봉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얘기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19일 승진인사 시즌을 맞은 삼성전자 내부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올해 새로 시행되는 승격제도 영향이 크다. 기존에 승진 여부를 단순히 통보받는 식이었다면, 승진 요건을 갖춘 대상자들이 직접 지원해야 하는 체계로 변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승격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기준으로 업무성과(업적평가 50점)와 직무전문성(공통역량+특화역량 50점), 가감항목(12점)을 합산해 승격 점수를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연차와 입사 조건 등에 따라 CL1(고졸·전문대졸), CL2(사원·대리), CL3(과장·차장), CL4(부장) 등의 직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상 단계별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10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했다. 대졸 입사(CL2)를 예시로 들면, 9년 차에 CL3에 오르고 19년 차에 CL4로 승진하는 것이 정규 승격으로 인식돼 왔다.
A씨는 "이전에는 조기 진급이라 하면 2년이 최대로 받아들여졌다"면서 "1년 조기 진급을 발탁승진, 2년 조기 진급을 발발탁 승진으로 불렀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승격제도를 도입하면서) 2년이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연차 상관없이 점수에 따라 승격 지원 메일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조기 진급 대상자를 중심으로 승격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은가란 의문이 제기된다. 이른 시기에 권한과 책임이 느는 것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다. DS부문 직원 B씨는 "CL4 진급 대상자인 경우에 특히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임원이 되지 못하면 희망퇴직 우선 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내년에도 좋은 고과를 받을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봉 역시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직급이 오르면 연봉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추측 섞인 우려다. 샐러리캡(직급별 연봉 상한)을 찍은 뒤 천천히 진급하는 것이 낫다는 말들이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 C씨는 "지인이 CL3 8년 차인 상황에서 승격 조건을 만족했지만, 연봉 관리가 부족했다고 생각해 승격 지원을 내년으로 미룰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본래 업무성과와 직무전문성을 합산해 연봉등급을 결정했으나, 올해부터 업적평가만으로 연봉등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에 본인이 직접 승격 지원까지 하게 되면서 연봉을 챙기면 자연스레 진급까지 하는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진급보다 연봉을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회사에서 샐러리캡이나 직급별 연봉상승률 변화 여부 등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승격제도가 본래 도입 취지와 다르게 되려 혼란과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나온다. 승격제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능력 있는 인물을 우대하겠다며 내놓은 인사제도 혁신안의 일부다. 제도 도입 첫해인 만큼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삼성전자 직원 D씨는 "평가에 대한 부서장 권한은 여전히 높고, 팀 안에서 승진 규모에 제한이 없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몰아주기식 평가가 여전히 존재하는 분위기"라며 "승격 점수 외에도 지원 사유와 업무 성과, 본인 강점 등을 상세히 서술해야 하는 것도 의도를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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